현대차 공장 옆 공항까지? 조지아주의 파격 지원 속내


현대차 미국 공장 옆에 ‘전용 공항’까지 짓는다? 현대자동차그룹이 76억 달러(약 11조 원)를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한 전기차 공장(현대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이 가동 한 달 만에 파격적인 지원을 받게 됐습니다. 조지아주 정부가 이 공장 인근에 새로운 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나선 것인데요. 현대차그룹이 해당 공장의 생산능력을 연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주 정부가 발빠르게 물류 인프라 확충 카드를 꺼낸 것입니다.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전경" 이미지(사진: 현대차그룹 제공)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전경. 조지아주 정부는 이 공장 인근에 새로운 지역 공항 건설을 추진 중이다 (사진: 현대차그룹 제공).

이제 이 사례를 통해 왜 조지아주가 현대차 공장 옆에 항공 인프라를 마련하려 하는지, 그 전략적 배경과 의도는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또한 현대차 입장에서 이러한 인프라 확충이 가져다줄 물류비 절감, 부품 수급 안정, 현지 고용 창출 등의 이점을 짚어보고, 나아가 이 같은 전략이 미국 내 산업정책 변화와 투자 유치 트렌드 속에서 어떤 의미와 파급효과를 가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조지아주가 현대차 공장 옆 신공항을 추진하는 배경

현대차그룹의 EV 메가 공장이 들어선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 지역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적한 시골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2022년 현대차 메타플랜트 착공 이후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업체와 여러 부품 협력사들이 속속 몰려들면서, 이 일대는 단숨에 미래차 산업 클러스터로 변모했습니다. 그 결과 브라이언카운티를 비롯한 주변 지역의 교통·물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요. 실제로 공장 인근에 마땅한 공항이 없다 보니, 현재는 20여㎞ 떨어진 사바나(Savannah) 국제공항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사바나 공항이 여객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최근 늘어난 인구와 방문객 수요로 항공편 지연이 잦아지고 대량 화물 운송 능력도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20여㎞ 떨어진 사바나(Savannah) 국제공항"을 나타낸 이미지

조지아주 정부는 이러한 물류 병목 문제를 해소하고 현대차 투자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새 공항 건설을 결정했습니다. 브라이언 캠프 조지아 주지사는 최근 현대차 공장이 있는 브라이언카운티에 ‘리치먼드힐-브라이언카운티 공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House Bill 763)에 서명했는데요. 법안에는 “공항 건설을 위해 상충되는 사항은 다른 법률에 우선한다”는 파격 조항까지 담겨, 사실상 각종 절차를 신속히 밟을 수 있도록 특별 지원하고 있습니다.

주지사의 서명과 함께 법안이 즉시 발효되자 조지아주는 지체 없이 공항 건설을 관할할 공항관리위원회를 구성해 부지 매입, 시설 임대, 장비 조달 등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업비 8천만 달러(약 1,100억 원) 규모의 이 프로젝트는 주정부 및 지방정부가 56%, 연방정부가 44%의 재원을 분담하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불과 공장 가동 한 달여 만에 주 정부가 공항 건설 지원에 나선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스피드로, 그만큼 조지아주가 현대차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물류 인프라 전략

"지역 경제 활성화와 물류 인프라 전략"를 나타낸 이미지.

조지아주가 현대차 공장 옆 신공항을 추진하는 데에는 지역 경제와 산업 유치를 위한 장기 전략이 깔려 있습니다. 브라이언카운티는 현재 조지아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으로 꼽힐 정도로 인구와 산업이 급팽창하고 있는데요.

지역 개발 당국(DABC)은 “새로운 지역 공항 건설은 브라이언카운티에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연결성 향상의 혁신적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 항공 인프라 확충으로 지역 주민과 기업들의 이동 수요를 충족시키고, 첨단 제조업 같은 혁신 산업을 유치하여 조지아 남동부를 기업과 거주자들에게 매력적인 거점으로 굳히겠다는 구상인 것이죠.


조지아주의 전폭적 투자 인센티브

인센티브주요 내용
공장 부지 무상 제공현대차 메타플랜트 건설을 위해 조지아주가 대규모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기업 초기 비용 부담 완화
도로·인프라 건설 지원공장 진입도로 및 주변 교통·물류 인프라 확충에 주 정부 예산 투입.물류 동선 개선으로 생산·납기 효율 극대화
세금 혜택·감면생산설비 도입 시 세금 감면, 전력 공급 계약 지원, 재산세 감면 등 다방면 혜택 약속.투자 규모에 비례한 세액공제 제공
추가 신공항(전용 비행장) 건설기존 인센티브에 더해, 현대차 공장 인근에 전용 비행장(공항) 건설 추진.물류·항공 운송 효율을 높이고 협력사 연계까지 고려한 파격 지원

또한 조지아주는 법인세 최고세율이 5.75%에 불과하여 한국(24%)의 5분의 1 수준인 점도 기업들에게 매력적입니다. 실제로 조지아주는 2024년 기준 10년 연속 ‘기업하기 좋은 주’ 1위로 선정될 만큼 친기업 정책으로 유명한데요. 이번 현대차 공장 옆 공항 건설 결정 역시 “혁신 기업에는 인프라까지 아낌없이 지원한다”는 조지아주의 투자 유치 기조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브라이언 캠프 주지사가 지난 3월 현대차 공장 준공식에서 “우수한 대학·인력 양성 프로그램과 물류 인프라를 기반으로 현대차의 혁신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지 한 달 만에, 그것이 빈말이 아님을 공항 추진으로 입증한 셈입니다.


현대차에겐 어떤 이득? – 물류비 절감부터 공급망 안정까지

"현대차에겐 어떤 이득? – 물류비 절감부터 공급망 안정까지"를 나타낸 이미지.

그렇다면 이러한 항공 인프라 확충은 현대자동차그룹에 어떤 실질적 이점을 가져다줄까요? 현대차 입장에서 공장 옆 공항은 곧 물류 비용 절감과 공급망 안정화로 직결됩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점주요 내용
물류비 절감 및효율 향상• 공장 인근에 화물 공항이 들어서면 부품·완제품 운송 거리가 크게 단축되어, 물류 비용이 절감• 시급 부품·긴급 재고 등을 즉시 항공 운송 가능 → 타 지역 공항까지 트럭 운송하던 비용·시간 감소• 대형 화물기도 수용 가능해, 항공 운송을 통한 재고관리 유연성 향상
부품 수급 안정성및 생산 차질 감소• 여객뿐 아니라 자동차 부품 등 대형 화물을 신속 운송 가능하도록 설계 → 제때 부품 조달•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도 필요 부품을 제때 확보해 생산라인 무정지 가동 가능• 기존 사바나 공항 이용 시 발생하던 항공 지연·물류 병목 현상을 해결 → 납기 준수율↑, 공장 가동률 극대화
현지 고용 및지역사회 혜택• 공항 건설로 물류 인프라 개선 → 현대차 공장 연산 50만 대 증산 목표 뒷받침• 협력사 투자 확대(17개 협력업체 3.8조 원 규모)로 협력사 고용까지 동반 성장• 공항 건설·운영 과정에서 건설·항공 분야 일자리 창출 → 지역사회 경제 기여• 현대차 입장에서는 “상생 협력·이미지 제고” 효과도 획득 가능

글로벌 기업 유치 경쟁과 미국 투자환경 변화의 의미

조지아주의 이번 공항 지원 전략은 다른 지역 및 글로벌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일례로, 전기차 공장을 유치하려는 다른 미국 주들도 “공항까지 지어준 조지아주” 사례를 눈여겨보면서 더 과감한 인센티브 패키지를 고민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미국 각 주 정부는 대형 배터리 공장이나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수조 원대 세금 혜택은 물론, 도로·철도 등 맞춤형 인프라 지원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글로벌 기업 유치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는 뜻이죠.

미국 연방 차원에서도 산업정책 기조 변화가 뚜렷합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현지 생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등 막대한 당근책을 내놓았고,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거론된 수입차 관세 25% 부과 압박 같은 채찍 정책도 병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채찍과 당근을 앞세워 해외 제조업 투자를 빨아들이는 추세인 것이죠.

현대차와 조지아주의 협력을 나타낸 이미지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 사례는 이러한 흐름에 부응한 결과로, 조지아주와 연방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이미 조지아(메타플랜트 EV 공장)와 앨라배마(기존 IC/Electric 자동차 공장)에 이어 루이지애나주에 제철소 건설까지 결정하며 현지 산업 생태계를 수직계열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업계에서는 “조지아주의 정치인들은 현대차가 어려움을 호소하면 즉시 상무부에 건의서를 보낼 정도로 기업 지원에 적극적”이라며, 앞으로도 한국 등 해외 기업들의 미국 투자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국내 투자자와 산업 트렌드에 관심 있는 분들께는 이 사례가 두 가지 의미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현지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낼 만한 핵심 기술과 대규모 투자가 필수임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현대차가 전기차라는 미래차 분야에 선제 투자하자 미국 정부·주정부가 파격 지원을 아끼지 않았듯이, 향후에도 혁신 산업 중심으로 국가간 투자 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해외 투자 확대가 국내 산업에 주는 영향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조지아주 사례는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 모델이 결실을 맺은 성공 예로 평가받지만, 한편으론 한국 내부의 투자환경 개선과 규제 완화 노력이 더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결국 글로벌 자본은 가장 매력적인 곳을 향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공격적인 산업육성 전략과 친기업 환경 조성은 당분간 세계 제조업 지형을 크게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편, 현대차의 형제 기업인 기아는 2025년 1분기에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도 영업이익은 감소하는 이례적 성과를 보였습니다. 과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궁금하다면기아, 사상 최대 매출인데 영업이익은 줄었다? 2025년 1분기 실적 미스터리에서 그 미스터리의 배경을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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